책 상태나, 배송도 다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TRPG를 다시 시작해서 주사위가 필요했는데. 주사위와 룰 북을 같이 살 수 있다는 게 참 좋네요.악마의 등뼈는 풍부한 이야기 거리들을 담은 누메네라 시나리오 모음입니다. 다른 시나리오 집과는 차별화되는 면이 있어요.누메네라에는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이것저것 많습니다. [누메네라 코어북]에도 4편이 있고요.[세상을 여는 열쇠들] (원제 weird discoveries)에도 10편이 있으며. 번역되진 않았지만 후속으로 Explorer's keys에서 또 10편을 소개합니다.[글리머 컬렉션 기이한 이야기들]에도 3편이 있죠. 역시 번역되지 않은 공개 퀵스타트 시나리오도 2편이 있고, 글리머는 더 많습니다.이렇게 시나리오가 많은데. 다들 소재만 다른 것이 아니라, 형식이나 깊이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세상을 여는 열쇠들]은 시나리오 당 6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이야기의 얼개와 씨앗만 제공합니다. 코어북에서 몬티 쿡이 말했던 것처럼요. 덕분에? 많은 여백을 직접 채워넣어야 합니다.[악마의 등뼈]는 반면에 씨앗보다는 풍요로운 열매들을 제공해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4편의 연작 시나리오가 서로 '연결'되어있긴 한데. 하나만 가져다가 캠페인에 넣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재도 제각각인데 기계, 바이러스, 심해 등 누메네라스러우면서도 직접 생각해서 채워넣기는 힘든 소재들을 심도 있게 파고들고 살을 채워넣었어요.물론 몬티 쿡이 늘 그렇듯이 정해진 이야기의 흐름이나 순서는 느슨하게 주어져 있어요. 아주 좁은 곳을 깊게 파고든 작은 월드북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매우 많은 구역들이 있는 복잡한 탐험의 소재 모음이라고 할까요. 하나의 시나리오를 1세션이 아니라 2~4세션 동안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소재가 독특해서인지 상황들도 다들 독특합니다. 평범하게 땅 위에서 배틀을 하는 상황은 별로 없고. 달리는 ㅇㅇ 위에서, 바다 속에서 등 여러 상황이 주어지고요.그래도 캐릭터들에게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모로가도 목적으로 가게 되는 구성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으레 모험가들을 위한 이야기가 그렇듯이. 캐릭터들의 동기가 '퀘스트'처럼 외부에서 주어지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다보니 세계를 돌면서 재료를 모아와! 하는 전개인데. 그래도 플레이어들이랑 "악마의 등뼈 하실래요?" 이야기를 하고 얼개도 얼추 설명하면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이렇든저렇든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플레이한 뒤에 더 후기를 써볼게요.